사업을 하고 나서부터는 주말에도 계속 사업 생각을 한다.
일이 아니라 다른 활동을 한다 해도 백그라운드에서는 윙윙 돌아가고 있다.
그게 의식이든 무의식이든.
그러다 보니 정말 마음 편히 푹 쉬었다는 기분을 느끼기 어려웠고
전원을 끈 상태에서도 소비되는 대기전력처럼
계속 전력을 쓰고 있는 것 같았다.
주말에 아예 컴퓨터를 끄고 책을 읽는다거나
아니면 아무것도 안 들고 카페에 가버린다거나
영화관에 가거나
이런저런 시도를 해봤지만 결국 컴퓨터 앞에 앉는 게 마음이 편했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뭘 많이 처리하는 것도 아니면서 괜히 앉아라도 있다 더 피로해지기만 했다.
그래서 아예 코드를 뽑을 수 있는 걸 찾았다.
목요일 저녁 3시간, 일요일 오전 4시간 동안 풋살을 한다.
내 눈앞에 있는 공만 생각하면 된다.
쉬지 않고 작동되던 의식, 무의식이 잠깐 멈추고 오직 골을 넣는 것에만 집중하게 된다.
몸은 힘들지만 머리가 개운해진다.
쉬어야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것들이 있다.
IR자료를 만들면서 완성을 못한 채로 풋살을 나가는 게 죄책감이 들었다.
또 완성을 못했다고 공유하고 운동을 하는 게 말이 되나 싶었지만.
자료를 붙잡고 있는다고 답이 나오는 게 아니니 차라리 운동을 했다.
몸은 지치지만 돌아와서 개운하게 씻고 나서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그동안 가장 고민이었던 시장규모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뭐가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연속적으로 깊게 고민하는 게 언제나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건 확실하다.
사업을 오래 지속하려면 멘탈 관리가 중요하다고 하던데,
유독 이번 분기에 처음으로 위기감을 느끼고 나니
오래 달리려면 퓨즈가 나가지 않게 잘 끊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와중에 쉬는 방법이 운동인 게 효율 인간의 웃음 포인트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