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와 나는 같이 차를 타고 종로로 출퇴근을 한다.
내가 운전을 하고 곧 운전연수를 받을 예정인 H가 조수석에 탄다.
상암에서 종로까지 가는 길은, 특히 모두가 마음이 급한 출근길은 꽤나 험한데
옆에 탄 H가 불안하다고 얘기할 때가 자주 있었다.
앞차랑 너무 딱 붙어서 멈춘다거나 차선을 변경하는 타이밍이 직전이라거나.
그럴 때면 나는 사고가 나지 않게 타이밍을 계산하고 있다며,
H가 운전을 안 하니까 느끼는 타이밍이 다른 것일거라고 했다.
H는 말했다. 사촌오빠 차를 탈 때는 한 번도 불안한 적이 없었다고.
머리를 댕 맞은 기분이었다.
11년 무사고 운전경력으로 나름 베스트 드라이버라고 생각했는데
운전을 잘한다는 게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레이서도 아닌데 세상 불안하게 빨리만 도착하면 그걸 잘한다고 할 수 있을까.
마음이 급한 날에는 운전이 더 과감해지는데,
붕- 밟았다 끽- 멈추기를 반복하며 사무실에 도착하는 날이면 평소보다 연비가 현저히 낮다.
시간이 그리 당겨지지도 않는다.
급한 것은 빠른 것과 결코 같지 않다.
그러니 서두르지 말 것. 운전도 인생도!
서두를 일이 없게 미리 준비하자.
(투자 미팅 준비하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