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여행을 떠난다.
2박 3일의 짧은 여행이긴 하지만,
출장이나 가족 여행처럼 특별한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온전히 쉬고 오기로 계획하고 2박 이상을 가는 게 사업 시작한 후로 거의 처음인 것 같다.

목적지는 제주도고, 무려 친구 7명이 함께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예정이다.
기대되기도 하고 벌써 조금 피곤하기도 하다.
내일 늦은 오전 비행기라 어서 짐을 챙겨야 하는데 일기를 쓰고 있다.
11시 43분이다.
밤.

어제, 오늘의 효영이는 미영이(미래의 효영이)가 할 일까지 땡겨야했다.
하루 종일 거의 숨넘어가듯 QA를 했는데도 할 게 많아서 짐은 손도 못 댔다.
오늘 저녁은 또 마침 풋살이 있는 날이라 집에 돌아오니 11시가 훌쩍 넘었다.
그리고 현영이(현재의 효영이)는 슬프게도 지금 너무 피곤해서 짐을 챙길 에너지가 없다.

나는 상당히 계획을 좋아하는 P다.
여기서 P라 함은 MBTI의 유형 중 하나인데 P는 인식형이고 그와 반대인 J는 판단형이다.
정식 용어는 이렇다고 하지만 실생활에서는 P는 즉흥적, J는 계획적인 유형의 사람으로 통용되고 있다.
나는 사실 머릿속으로는 일주일 전부터 짐을 다 싸고 캐리어를 닫았다.
혹 빠뜨리는 게 있을까 싶어 이전에 써뒀던 여행 준비물 엑셀시트와
사람들이 제주도 물놀이 갈 때 챙기는 준비물을 미리 검색해 보기도 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꼭 가져가야 하는 준비물은 따로 적어두기까지 했다.

그러나 비행기 탑승까지 12시간도 남지 않은 지금,
현영이의 캐리어는 비어있는 채로 펼쳐져 있다.
아무리 현생이 바빠서 그럴까 싶지만
나와 반대로 J(계획형)인 H는 야금야금 틈틈이 짐을 싸더니
내일 출발 직전에 챙겨야 할 것들만 빼놓고 짐을 다 쌌다고 한다.

이토록 치밀하지만서도 결국 P인 것일까 또 생각하는 밤이다.
그래도 이제 무엇을 챙길지는 정해놓았으니 내일 챙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라고 생각하며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짐을 챙기기로 계획을 세운다.
P는 과연 무사히 여행을 다녀올 수 있을 것인가.


사진은 현재 시각 캐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