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독 5일차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후각과 미각을 잃었다.
원래 후각과 미각이 남들보다 더 예민한 편인데
이 감각이 없어지니 뭔가 잔뜩 고장난 것 같고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느낌이었다.
음식은 대부분 쓴맛만 느껴지고
맛이 나도 마치 렌더링이 덜 된 것처럼 제각각으로 드문드문 느껴진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시켜도 배부르게 먹지 못했다.
H의 방구 냄새도 맡지 못했다.
H가 조금 멋쩍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봐서 알게 되었다.
냄새가 주는 정보값은 생각보다 많은데… 일상에서 입력받는 데이터가 현저히 줄어든 기분이다.
이렇게 냄새도 못 맡고 맛도 못 느끼다보니 입맛도 없어져서
밥도 꾸역꾸역 양을 채우려 먹고 있다.
먹는 즐거움이 큰 사람으로서 지금 세상이 회색빛이다.
이 감각이 영영 안 돌아오면 어쩌지 걱정하니
옆에 있던 H가 그럴 일 없으니까 찾아보지 말고 얌전히 쉬라고 안심시켜줬다.
(‘인두염 후각 미각 상실증’ 으로 검색하고 있던 구글창을 껐다.)
일상을 느낄 수 있는 감각이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내일이면 마법처럼 돌아와있으면 좋겠다.
오늘도 점심 먹고 와서 약기운이 몰려와서 잠깐 넉다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