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로우슈가가 느껴져 빵집에 들렀다.
상암에서 빵지순례로 유명한 가게라 그런지 저녁시간인데도 손님들이 많았다.
계산하려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앞에 계신 분이 내 발을 질끈 밟았다.
(쪼리를 신고 있었다.)
나보다도 그분이 훨씬 놀라시면서 죄송하다고 하셨고 괜찮다고 말씀드렸다.
진짜로 괜찮았다.
그분께서 아무리 생각해도 본인이 발을 너무 제대로 세게 꽉 밟으셨다면서
꼭 받아주시라면서 까눌레를 하나 더 계산해서 주고 가셨다.
모르는 타인에게 발을 밟힌 적은 많았지만 오늘은 다르게 기억될 것 같다.
모르고 밟은 건데, 고작 발 조금 밟은건데 빵까지 사주는 게 과하다고 누군가는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예전의 나라면 아마 조금 그렇게 생각했을 것 같기도 하다.
근데 이제는 모자란 것보다 과한 게 낫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거나 웃음 짓게 만드는 건
언제나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마음을 낼 때인 것 같다.
다음엔 내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집에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