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례 행사가 있다.
우리 주차장에 한 번씩 취객들이 차를 댄다.
오늘이 행사날이었다.
차를 댈 곳이 아닌 곳에 차를 대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전화를 해서 차를 빼달라고 하면 10명 중 9명은 화를 낸다.
거기가 주차장이 맞냐부터 너네 땅이냐고까지 묻는다.
잠깐 밥만 먹고 갈 건데 박하게 구는 사람 취급을 한다.
제일 화가 나는 부분은 가끔 집주인 분과 함께 이런 상황을 맞이할 때가 있는데,
키가 크고 나이가 있는 남자가 말하면 갑자기 화가 알아서 수그러든다는 점이다.
하하!
곧 스페인 여행을 앞두고 마지막 주말이어서 인천 집에 다녀왔는데,
우리 주차 공간을 가로막고 도로에 차가 대져있어 어김없이 전화를 했다.
술이 조금 된 아저씨 두 명이 전화 너머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도착해서도 내가 어디 있는지 찾아 헤매면서 당장 나오라고 했다.
심지어 내 차 창문을 두드리며 내리라고까지 했다.
마침 타이밍 좋게 집주인분도 차를 대러 도착하셨고 취객들에게 당장 차를 빼라고 했다.
갑자기 나와 말씨름을 하던 사람들이 고분고분 차를 타기에,
나도 집주인분이 차를 댈 수 있도록 차를 옆으로 비켜드리러 차로 돌아가는데,
저 멀리 도망가는 취객들이 보였다.
차를 빼주는 척하고 우리를 차로 돌려보낸 후 내뺀 것이다.
주인분과 나는 신고를 하는 게 좋겠다 생각했고 그렇게 신고 엔딩을 맞이했다.
차는 동네를 돌아돌아 비어있는 자리에 댔다.
신고를 해도 당장 처리되는 게 아니니 내가 피해를 볼 수밖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주차장이 있는 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런 곳에서도 이슈는 많지만 취객을 상대할 확률은 거의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