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블프’ 기간이다.
블프는 블랙 프라이데이의 줄임말인데
미국에서 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금요일로, 1년 중 가장 큰 폭의 세일시즌이 시작되는 날이다.
한국에서도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에는 거의 모든 브랜드가 세일을 하는 것 같다.
안그래도 최근에 해진옷을 버리고 옷장을 싹 정리하면서,
겨울옷이 필요했는데.
마침 세일도 하니 필요한 것들을 둘러보기로 했다.
대부분 옷 정가에는 취소선이 그어져있었고,
적어도 20%, 많게는 5-60%까지 세일이 붙여져 있으니
필요하지 않지만 마음에 드는 것들도 장바구니에 담고 있었다.
그렇게 사고싶은 것들을 고르다가,
어떤 유튜버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할인율은 곧 내가 물건을 살 확률이라고.
안사면 100% 할인이라는…
그 말이 참으로 맞다고 생각했지만, 구매는 예정대로 신속히 진행됐다 ^.^..
그런데 설레는 마음으로 배송을 기다리고 있던 오늘,
우연히 이슬아씨가 쓴 글을 읽게 됐다.
‘덜 사는 기쁨을 찾아서‘라는 칼럼이었다.
패션 산업에서 발생되는 노동 착취, 환경 파괴를 다루면서
아무리 친환경적으로 만든 옷이라 하더라도
가장 좋은 제로웨이스트는 새로 사지 않고 내 수중에 있는 물건을 여러번 오랫동안 쓰는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글을 읽고 조금 숙연해졌다.
7년 전 스웨덴으로 교환학생을 갔을 때,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다양한 스터디를 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슬로우 패션이었다.
슬로우 패션은 매우 빠르게 생산되고 버려지는 패스트 패션에 반하는 개념으로 나온 용어이다.
화려한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 이면에는, 개발도상국에서의 노동 착취와 환경 오염이 있다.
당시 ‘THE TRUE COST‘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친구들과 우리부터 아나바다를 실천하자는 다짐도 하고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대부분 중고마켓이나 당근과 같은 중고거래를 하는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을 했었다.
*아나바다 :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자의 준말
그랬었는데 요즘 또 완전히 잊고 지냈던 것이다.
늘 지구가 아플 것을 걱정하며 의식을 하긴 하지만
집 근처 카페에 갈 때는 최대한 텀블러를 가져간다거나
핸드타올 대신 자연건조를 하는 정도의 실천만 하고 산다.
별 생각 없이 지내다보면 예쁜 것을 보면 사고 싶고,
헌 것은 새 것으로 바꾸고 싶고.
그런 물욕이 자꾸 생긴다.
지금 이렇게 각성을 하더라도 정말 마음에 드는 것을 발견하면
금세 슬로우 패션이나 지속 가능한 삶과 같은 단어는 잊어버리고
또 사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티끌만한 노력을 멈추지 않기로 다짐해본다.
이것 또한 시행착오를 반복하다보면
온전히 그것을 이해하고 작심하지 않아도 실천이 되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슬아씨 글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매해 11월 마지막 주는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Buy Nothing Day)’이라고 한다.
올해는 실패했지만, 내년에는 성공하길.
무분별한 소비를 경계하자! 지속가능한 삶을 향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