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런 일이 있었다.
매일 쓰던 공간을 이제는 간헐적으로 이용하게 됐는데,
같은 건물의 다른 층에서 전화가 왔다.
보아하니 요즘 우리가 공간을 자주 쓰는 것 같지 않은데,
그러면 화장실도 자주 안 쓸텐데 우리 층에 있는 화장실을 같이 쓰도록 양해를 해 달라는 전화였다.
상대 입장에서는 물어봐서 손해볼 건 딱히 없는,
“밑져야 본전”의 제안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그 부탁을 받은 입장으로서는 어쨌든 거절의 에너지를 써야한다.
이런 상황을 통해 “밑져야 본전”이라는 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뭔가를 못하고 있을 때, 한번 해보자의 의미로 쓰는건지
마음 편하자고 가볍게 퉁치고 넘어가는 말로 쓰는건지
앞으로 잘 분별해서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나도 혹시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 뒤에서
상대를 곤란하게 만들고 있진 않은지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