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테스 한지 한 달이 지났다.
이제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것을 알아듣고 시도할 수 있는 단계에 왔다.
예를 들면 어깨 긴장 풀고 낮추세요라고 하시면 긴장되어있던 어깨에 힘을 풀고,
고관절 힌지 사용해서 내려갈게요 하면 등만 굽히는 게 아니라
고관절을 최대한 접으면서 내려가려고 노력할 수 있게 됐다.
처음 필라테스를 했을 때는 명령이 입력은 되는데, 몸으로 어떻게 출력해야 하는지 전혀 감이 없었다.
어떻게 그 부위만 움직이거나 컨트롤 할 수 있는지 아예 스위치가 전혀 없는 느낌이었달까.
근데 이제 그 부위에 스위치는 설치됐다.
물론 아직 원하는대로 동작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코어 스위치를 켜야하는데 자꾸 허리나 목, 허벅지 같은 다른 부위의 스위치가 켜진다.
그리고 선생님이 자세를 잡아주시면서 그 부위의 스위치가 켜지면, 다른 스위치가 꺼진다.
아직은 여기저기 계속 꺼지는 스위치들을 켜고, 의식적으로 생각을 하면서 동작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바로 원래 몸을 쓰던 익숙한 방식으로 자세를 만들어내려고 한다.
헬스할 때랑 비교해보면 표면적으로는 동일한 자세인데, 그 자세에 도달하기까지 과정은 완전히 다르다.
헬스도 물론 자세가 중요하지만, 예를 들어 50키로를 들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하면
자세가 조금 틀어져도 50키로를 들어올리는 것 자체로 충분히 효과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필라테스는 동작을 처음 시작하는 자세가 잘못되면,
그 동작의 효과는 거의 없다고 말할만큼 과정이 정말 중요한 운동 같다.
시작 자세를 잘 잡고, 동작 내내 호흡을 하면서, 특정 부위만 고립해서 운동하는 게 아니라 몸 전체의 협응을 생각해야 하는 것까지.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필라테스가 헬스보다 더 어렵고 고된 느낌이다.
조금이라도 요행을 부릴 수 없고, 요행을 바라면 운동이 전혀 안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고 나면 언제나 몸이 개운하고 말랑해진다.
이 느낌이 정말 좋아서 나중엔 더 자주 하고 싶다.
스튜디오 액자에 걸린 전체 시퀀스를 다 하는 날까지 꾸준히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