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라온 환경
아빠는 평생 사업을 해오셨고, 엄마도 예전에 사업을 하셨었다.
큰아빠, 친척오빠, 친척언니, 나의 친언니마저도 사업을 하고 있을 정도로
오히려 직장인이 드문 집안에서 자랐고,
자연스레 사업도 선택지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다.
아이템이 있고, 함께 만들 사람을 찾는다면 사업은 언제든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남들이 생각하는 만큼 사업을 위험천만한 모험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흥하고 쇠할 때를 모두 경험하며 그 낙차가 얼마나 큰 지는 안다.
언젠간 사업을 하더라도 그전에 경험을 먼저 다져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대학생 때 소셜벤처 학회를 하며 팀원들과 준비한 아이템이
나름 괜찮은 평가를 받아 창업을 제안받은 적이 있다.
도전해 볼까 고민도 했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었다.
2. 타이밍
오히려 대기업을 선택했다.
갓 졸업한 이후의 취업은 그때만 할 수 있는 경험이다.
나는 이것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사업을 시작하면 다시 취업으로 돌아갈 수 없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더불어 체계를 만들려면 경험을 하는 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애초에 평생직장으로 생각하고 취직하지 않았다.
체계의 한 사이클을 돌고 미래를 선택하기로 마음먹었는데 갑자기 LAH가 시작되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기회가 훨씬 빨리 찾아왔다.
당장 사업을 시작하기엔 미숙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회사를 관두기로 했다.
3. 중요한 건 사람
사람이 많은 회사에서 일해보니 잘 맞는 사람을 찾는 건 귀한 일이었다.
같은 업무여도 같이 일하는 사람에 따라 일이 전개되는 방향이나 나에게 남는 것들이 상이했다.
그저 자기 업무를 떠넘기는 사수와 페어가 되면 한 분기가 엑셀 정리만 하다 날아가게 되고,
팀장님과 궁합이 맞지 않으면 묘하게 업무에서 불협화음이 일었다.
여러 프로젝트가 병렬적으로 진행되고,
마침 코로나가 터져 TF팀이 여러 개 만들어지고,
조직개편도 이례적으로 자주 있었던 시절을 보내며 정말 많은 사람들과 같이 일해보았지만
험난하고 지난한 모험까지 함께 겪어낼 수 있겠다는 사람을 찾기는 힘들었다.
회사 일에 조언을 얻으려고 연락했던 L과의 대화가 훨씬 잘 통했고,
룸메였던 H가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 학부 시절이 떠오르기도 했다.
첫 만남이었던 닭칼국수집이 아직도 기억나는데,
이 조합이 지금 잡지 않으면 다시는 없을 것 같다는 막연한 느낌이 생생하다.
(왜냐하면 여전히 같은 느낌인데 이유를 설명할 수가 없다.)
마침 회사일에 회의감을 느끼던 와중이었다.
대기업 업무의 한계는 명확하니까.
시간을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다.
사이드 프로젝트처럼 시작했던 일을 진짜 사업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