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 H 왈, 나와 L이 감이 좋은 것 같은데 왜 좋은 것 같은지 글로 써라.
감이 좋다는 게 무슨 뜻일까?
사건들을 잘 엮는 것, 좋은 기억력, 눈치가 빠른 것, 많은 경험, 편견 없이 사건을 해석하는 것?
나한테 해당되는 건 없는 것 같은데.
내가 감이 좋은가?
일단 나는 눈치를 살피는 편도 아니고
기억력이 그다지 좋지도 않고
경험이 엄청 많은 것도 아니다.
성격도 무던하다.
(왜 이걸로 글 쓰라고 했니 H야)
1. H가 감이 좋다고 말한 이유일 것 같은 건 예민한 감각이 아닐까 싶다.
미각, 청각, 촉각 이런 즉각적 감각이 전반적으로 발달됐다.
이를테면 1px 틀어진 게 눈에 들어오고 매일 돌던 사무실 청소기가 안돈 날을 아는 것 등.
2. 상대를 잘 살피지 않으니 타인의 표정, 몸짓, 행동에는 그렇게 민감하지 않아도
귀에 꽂히는 말의 뉘앙스에는 상당히 민감하다.
그렇다 보니 ‘은는이가’를 어떻게 사용하느냐를 단서로 상대가 실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유추하게 된다.
그리고 주로 맞아떨어진다.
3. 효율인간이어서인지 모든 대화에서 핵심만 빠르게 추출한다.
요점이 조금만 벗어난다고 느껴지면 바로 물어본다.
“그래서 너가 하려고 하는 말이 ~~~인거야?”
통상적으로 감이라고 하면 미래를 내다보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의 감은 무엇인가를 예측하는 감이라기보다는
응당 그래야 할 것들이 빗겨나갈 때 이를 기민하게 알아차리는 감인 것 같다.
감에도 종류가 있었다.
틀린그림찾기 감이라고 해야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