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패밀리 타임을 가졌다.
사촌언니가 곧 헝가리로 이민을 간다.
아빠와 가장 친했던 큰아빠의 딸인데,
큰아빠네와 우리집은 어렸을 때부터 아주 가까이 살았다.
같은 아파트 옆동에 살기도 하고, 멀어도 차로 10분정도 되는 거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계절마다 바뀌는 풍경을 보러가고, 생일 초도 같이 불고, 맛있는 음식을 하는 날에는 꼭 집으로 초대해 나눠 먹고.
사는 집만 다른 가족처럼 지냈다.
머리가 크면서는 각자의 삶이란 게 생기고 바빠지면서
1년에 얼굴 보는 게 거의 명절 뿐이었지만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본 것처럼 편한 느낌이 든다.
올해 초, 큰아빠가 갑작스레 돌아가셨다.
예상치 못한 죽음 앞에 우리는 다시 모였고, 그간의 세월을 함께 훑었다.
3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기약 없는 이별을 준비하는 진한 만남이었다.
상을 치르고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고 또 잠깐동안 헤어진다.
사촌언니와는 좀 더 오래 헤어질 것이다.
하지만 언젠간 또 만남의 순간은 오고,
그것의 주기가 점점 길어지더라도
지금까지 쌓아온 시간들은 그대로 남는다.
그리고 우리는 그 시간으로 또 삶을 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