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홈화면을 열면 매일 새로운 글귀가 떠 있다.
모티베이션이라는 앱인데 동기부여 또는 영감을 주는 문장을 매일 보여준다.
대부분 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지만, 가끔 자꾸 생각이 나는 문장들도 있다.
오늘은 “물건 말고 순간을 모으세요.”였다.
원래 루틴 중 한 달에 한번 사진첩을 보면서 월간 회고를 하고 포스팅을 올리는 게 있었는데
요즘은 한 달에 한번조차 사진첩을 못 훑어본 것 같다.
매일 자기 전 폰을 겨우 충전시키고 기절하기 바빴다.
오늘은 컨디션도 조금 회복됐고 8월 말이 다되어가기도 하니까
오랜만에 사진첩을 열었다.
1. 2023년, 드디어 평냉의 맛을 깨쳤다. 가끔 생각나는 음식이 됐다.
녹두전도 꼭 같이 먹어줘야 한다. 앞으로 여름은 무조건 평냉 한 그릇 먹어야 날 수 있다.
2. 본가에 갔을 때 엄마랑 오랜만에 밤산책을 했었는데
공기도 여전하고 본가에 살던 시절들도 생각나는 밤이었다.
3. 이번 제주여행에서 유일하게 기억에 남는 풍경이다.
매우 허기진 상태로 저녁식사를 픽업해서 집으로 돌아가는 고된 여정이었는데
잠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4. 매월 월간 저녁은 입도 귀도 즐겁다.
5. 여느날과 같이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을 타는데 그날따라 하늘이 유난히 높았다.
처서였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절기가 그 무엇보다 과학적인 분기라는 걸 느끼고 있다.
6. 풋살팀 사람들과 한강으로 이어지는 천을 따라 밤산책 한 날.
걸으면서 이야기하면 이야기도 공간에 갇히지 않고 뻗어나가는 것만 같다.
7. 폭우 속에서 풋살, 폭염 속에서 풋살
극한의 날씨에도 풋살은 계속되었다.
8. 커피는 매일 마시지만, 이 날의 마끼아또는 유독 달콤하고 고소해서
한 모금 마시고 찍었던 날. 커피가 없다면 이제는 살 수 없겠지.
9. 오랜만에 뮤지컬을 봐서 좋았는데 지금 제일 기억에 남는 건 뭐냐면
처음 커튼이 열리고 온갖 향수 냄새가 화려하게 나던 그 순간이다.
향은 한 순간에 다른 곳으로 데려가준다.
10. 처음 배운 서핑에서 테이크오프를 성공하고 브이를 하는 장면.
아직도 새로이 배울 것이 있다는 건 설레는 일이다.
인생은 아직 내가 모르는 재밌는 것들이 많겠지.
사진첩을 열기전만해도 떠오르는 순간이 없어서
너무 바쁘게 일만하며 살았나 싶었는데.
아직 얘기할 사진이 많은 걸 보면 꽤 다이나믹한 여름을 보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