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답게 보낸 토요일이었다.
어제는 알람을 맞추지 않고 잤다.
이런 날은 1년에 몇 없는데, 일단 다음날 아무 일정이 없어야 하고
몸이 좀 안 좋거나 잠이 부족해서 짧은 동면(?)이 필요하다고 느껴질 때 그렇게 한다.
오늘 눈을 뜨니 시계가 정확히 천장을 가리키고 있었다.
12시간 정도를 깨지 않고 내리 잔 것 같다.
동면 시그널을 몸이 보내고 있던 게 맞았나 보다.
더 잘 수도 있었지만 약을 먹어야 하니 몸을 일으켰다.
오늘은 일정도 없고 여유로우니 계획 없이 그때그때 마음 가는 대로 시간을 보냈다.
점심은 집 근처에 생긴 지 좀 됐는데 아직 못 가본 수제버거집에 다녀왔다.
수제버거는 패티나 번이나 가게마다 특색을 느낄 수 있어 먹는 재미가 있다.
메뉴는 하와이안 버거로 골랐다. 염증에 파인애플이 좋다는 H의 이야기가 생각나서였다.
다 먹고 나니 목이 한결 부드러워진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햄버거는 내 몫이 한 접시 안에 주어지고, 몫을 다 해내면 버릴 것 없이 깔끔하게 접시를 비울 수 있어 좋다.
나이가 들수록 뷔페보다는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원디시 푸드를 선호하게 되는 것 같다.
식후에 커피가 빠질 수 없지.
따뜻한 라떼를 사서 집으로 오는 길에 있는 벤치에 잠깐 앉았다.
오늘 햇볕이 꽤 뜨거워서 잠깐 걷는 동안에도 땀이 났는데
앉아서 가만히 있으니 조금씩 바람이 느껴졌다.
아무것도 안 하고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면서 바람을 느끼고 있으니
머릿속에 안개가 걷히는 느낌이었다.
잠잘 때 말고 깨어있을 때에도 뇌에게 쉬는 시간을 줘야겠구나 생각했다.
한참 앉아있다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그동안 아파서 못했던 집 정리, 청소, 빨래를 했다.
오늘은 무엇인가 더하지 않고 비우거나 정리만 한 날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인지 몸도 머리도 한층 가벼워진 느낌이다.
이런 토요일을 더 자주 보내는 날이 왔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