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두염이 생기고 나서 면역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요즘 잘 챙겨먹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집에서 요리할 에너지는 없어 대부분 사 먹고 있는데
덕분에 사진첩에 음식 사진도 많아졌다.
그래서 오늘 사진 일기는 식(食) 버전이다.
1. 인두염이 걸린 직후 며칠 죽을 먹다가 일반식을 시작하려고 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른 메뉴가 ‘도피‘라는 곳의 오픈 샌드위치였다.
라구 샌드위치, 무화과 샌드위치, 복숭아 샐러드를 먹었는데 담백하면서도 감칠맛이 대단해서…
없어졌던 입맛이 돌아왔다. 땡기는 데에는 이유가 있나보다.
특히 여기 시그니처는 당근라페인데 당근이 이렇게 맛있어질 수 있는지 처음 알았다.
카페 사장님께서 쿠킹클래스 하시는 걸 알게 되었을 때 가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맛이다.
2. 1년 전인가 집 근처에 수제버거 집이 생겼었는데 최근에 처음 가봤다.
나는 새로운 음식을 먹고 맛집을 찾아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그게 어쨌든 에너지가 드는 일이다 보니 평소에는 식당이나 카페나 주로 가던 곳을 가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종종 의도적으로 새로운 곳을 찾아 트라이하는 시기가 있다.
같은 메뉴와 재료를 사용하더라도 가게마다 고유한 맛이 있어서,
맛이 있고 없고를 떠나 그런 경험을 확장하는 시도가 즐거운 것 같다.
3. 리에제 와플은 내 최애 와플집이다.
덕수궁 바로 앞에 있는데 전 회사가 근처였어서,
점심 먹고 고즈넉한 돌담길을 산책하고 후식 먹는 코스로 자주 왔었다.
등기소 근처이기도 해서 이제는 등기소에 볼 일 보러 왔을 때 여유가 되면 들르는 곳이다.
제일 좋아하는 메뉴는 블루베리 생크림 와플인데,
유기농 블루베리 컴포트와 생크림이 담백하게 달콤하다.
한 입 베어 물면 즉시 행복해진다.
4. 여기도 추억의 장소인데, 예전에 다녔던 회사 근처 파스타집이다.
최근에 거의 5년 만에 갔는데 그때 맛 그대로였다.
대단히 맛있다거나 분위기가 특별하지는 않고, 맛있게 한 그릇을 비울 수 있는 평범한 파스타 가게인데
전에 회사 다닐 때 퇴근하고 하루를 보상받는 느낌으로 먹던 곳이라 그런지
그 시절 추억을 떠올리면 같이 생각이 난다.
가끔 음식은 추억으로 먹기도 하는 것 같다.
5. 자두 먹을 사람? 카톡이 왔다.
옆 동네 친구인데 부모님께서 농사를 지으셨다며 자두를 나눔해줬다.
또 어떤 동네 친구는 아버님이 감자 농사를 지으신다며 감자를 나눔해줬다.
친구 : 몇 알 먹을래?
나 : 두 알?
친구 : 같이 사는 친구랑 두 알씩 해서 먹어~
동네 친구의 나눔은 이런 묘미가 있다.
박스나 바구니로 사는 것처럼 많지도 않고 정해진 양도 아니고
먹을만큼 정겨운(?) 단위로 몇 알 이렇게 나눔을 받는데 그 과정이 즐겁다.
동네 친구 초대해서 맛있는 거 같이 먹고 나누고 그런 일상이 작은 로망 중 하나였는데,
풋살팀 덕분에 동네친구들이 생겨 요즘 로망 실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