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우연히 배우 강혜정님께서 책을 냈다는 기사를 읽었다.
‘반은 미치고 반은 행복했으면‘이라는 에세이집인데,
멍때리거나, 길을 걷거나, 운전하거나 틈틈이 생각날 때마다
휴대폰으로 문자 쓰듯이 쓴 글들을 엮었다고 한다.
요즘 매일 일기를 쓰는 프로일기러(?)가 되어가고 있다보니
누군가의 일기장이나 에세이 책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그런 류의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으면 일단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게다가 좋아하는 배우의 책이라니. 빨리 읽고 싶어 전자책으로 읽기 시작했다.
아직 얼마 못 읽었지만, 글을 읽는데 그 사람의 마음이 너무 생생하게 느껴졌다.
마치 아무도 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쓴 것처럼 무척 솔직하기 때문일까 생각했다.
스스로 못나게 느꼈던 창피한 순간에 대해서도 가감없이 쓰고,
꺼내기 어려울 것 같은 슬픈 가족사도 역사를 훑듯 담담히 이야기한다.
강혜정씨는 유명한 배우이고, 게다가 책으로 출간하면
개인적인 이야기를 공개하는 게 더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저렇게 솔직히 쓸 수 있을까.
처음에 일기 쓸 때 어려웠던 부분 중 하나는
누가 내 일기를 읽을까봐 100% 솔직하게 다 쓰지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나만 아는 공책에 쓰고 서랍에 넣어두는 것도 아니고,
에버노트처럼 혼자 쓰고 혼자 꺼내보는 용도의 메모앱도 아니고,
무려 누구든 url 한줄만 입력하면 들어와볼 수 있는 웹사이트에
매일 매일 내가 느끼는 것들과 겪는 일들을 올린다는 건
정말이지 엄두가 안 나는 일이었다.
그렇게 어려워 할때마다 H는 얘기해주었다.
“효영아, 아마 아무도 안 읽을거야.”
정말 현실적인 이야기였다.
높은 확률로 사실일 것 같다고 생각하니 마음의 부담이 꽤 덜어졌다.
덕분에 용기를 얻어 지금까지 무사히 일기를 쓰고 있다.
물론 여전히 필터링은 많이 되고 있겠지만,
그래도 매일 뭐라도 쓰고 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쓰면 쓸수록 그런 염려는 옅어지는 것 같다.
그저 하루를 마무리하는 루틴처럼, 쓴다는 행위 자체가 더 중요해지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나도 언젠간 강혜정씨처럼 솔직한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
매일 한 단어씩 솔직해지기로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