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처음 샀을 당시, 손세차를 해본 적은 없었지만
반짝반짝한 차를 타고 다니겠다는 마음에 손세차 용품들을 패키지로 구비해뒀었다.
하지만 바쁘디 바쁜 현대사회에서,
비가 꽤 랜덤하게 자주 오는 한국에서,
손세차장을 가려면 20분은 가야하는 서울 도심속에서
손세차를 하기란 꽤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두 달이 걸리지 않았다.
슬프게도 차가 아니라 세차용품들만 반짝반짝함을 유지했다.
거의 2년이 다되어가는데 손세차를 딱 한번밖에 못했으니 말이다.
이제 날이 추워지면 정말 더 엄두가 안 날 것 같아서
오늘 드디어 손세차를 하고 왔다.
자동 세차는 주기적으로 했었는데, 때가 벗겨지지는 않았었나보다.
프리워시와 스노우폼을 씻어내고 차를 슥 만져봤는데,
새까만 먼지가 묻어나왔다.
그렇게 H와 한 시간을 문지르고 씻어내고 말리고.
시간제한이 있기 때문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니롱이의 해묵은 때를 벗겼다.
마치 내 몸의 때가 벗겨진 것처럼 개운했다.
한시간 세차로 둘다 조금 피곤해지긴 했지만,
앞으로 분기에 한 번은 해내보자고 다짐했다.
오래 미뤄뒀던 일을 끝낸 기념의 보상도 잊지 않았다.
(사실 출발 전 이것으로 H를 유혹했다.)
올해 첫 붕어빵을 개시했다.
뿌듯하고 따듯한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