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루에 물을 거의 3리터는 마신다.
밖에서나 집에서나, 자주 목이 마르기 때문에 물은 나에게 진짜 생명수다.
이정도면 집에 정수기가 있는 게 당연할 것 같지만,
페트병 생수를 사서 마셨었다.
2인 가구에서 정수기를 들이는 게 조금 오바같기도 했고,
여기서 얼마나 더 살게 될지 모르기도 해서
늘 희망사항으로만 남겨두는 옵션이었다.
하지만 물을 워낙 많이 마시다보니 플라스틱 쓰레기가 많이 나왔고,
분리수거를 할 때마다 지구에게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여기에 더해 나는 최소 1일1커피를 마셔야해서,
커피포트까지 장만해서 같이 썼었다.
조금 분주한 나의 워터라이프, 문제는 없지만 어딘가 늘 조금 불편한 느낌이었다.
그러다 2년 전, 사무실 이사를 하게 되었는데
원래 쓰던 정수기를 가져가려고 했으나 새로 이사가는 곳이 정수기 설치가 불가한 곳이었다.
하지만 아직 계약기간이 남아서 해지를 하면 위약금을 내야하는 상황.
이때인가!
자발적으로 하면 투머치이지만, 자연스러운 명분이 생겼을 때는 어쩐지 한층 과감해진다.
마침 물도 많이 마시고, 쌓여가는 페트병이 마음에 걸리기도 했는데.
이참에 정수기를 데려오기로 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정수기는 잘 쓰는 생활가전 탑3에 든다.
작은 변화인데 삶의 질은 수직상승했다.
이제 정수기 없는 삶은 상상하기 어려울 지경인 것.
며칠 전, 정수기 점검 담당자분께서 오셨는데
이제 계약 만료가 돼서 다른 정수기로 바꿀 수 있다며 여러 종류를 소개해주셨다.
이전부터 아주 뜨거운 물이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는데,
마침 최근에 100도씨의 고온수가 나오는 모델이 출시됐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일반 온수로도 잘 살아왔는데!
컵라면 면발이 완벽하진 않지만 익기는 했었는데!
굳이겠지!
라고 생각하는데 덧붙이시는 말,
“심지어 이 정수기는 얼음도 바로 나오고 5시간마다 자동으로 살균/소독을 해서 걱정하실 게 없어요.”
H가 멀리서 달려왔다. H가 외쳐오던 얼음, 그리고 내가 외쳐오던 고온수.
그 모든 것이 다있는 갓벽한 정수기였던 것이다.
우리는 ‘굳이’를 뒤로하고, 다음 스테이지로 가보기로 했다.
당장 우엉차를 우려먹고 있는데, 고온수로 우리는 우엉차는 색이 사뭇 다른 것 같은 건 기분 탓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