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정말 날씨가 변화무쌍한 편이다.
일단 사계절이 있고, 비도 건기/우기 없이 랜덤하게 온다.
일교차도 심하다. 20도까지 나는 날도 있다.
이렇게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이민을 가는 사람도 있을 정도인데,
나는 다행히도 날씨를 타는 사람이 아닌 줄 알았다.
비가 오면 빗소리를 듣는 기쁨이 있고,
화창하면 마음이 가벼워지는 상쾌함이 있고,
심지어 모든 걸 쓸어갈 것 같은 태풍도,
무섭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완전히 압도되는 느낌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아침부터 종일 흐리고 부슬부슬 비가 왔다.
일하려고 책상에 앉았는데, 날씨처럼 몸도 마음도 차분해지는 느낌이었다.
이런 날은 BGM이 필요하다.
쓸쓸함을 한층 더해줄 노래가 듣고 싶었다.
적격인 노래가 떠올랐다. John Scofield의 lawn이라는 노래다.
물에 잠긴 듯 먹먹하고 쓸쓸한 무드가
이번 가을의 쓸쓸함을 다 채워줄 것 같았다.
생각해보니 내 선곡은 항상 날씨가 주문한 노래들이었고,
그날의 정서는 거의 곧 그날 듣는 노래의 정서와 가까우니
이만하면 날씨를 타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