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즐거운 순간이 언제인지 생각해보면
그게 무엇이 됐든, 엄청난 몰입도를 갖고 완전히 빠져들어서 할 때다.
이런 순간은 귀하다.
평소에는 무엇을 하든 그것을 더 효율적으로 할 방법을 무의식으로 계속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 멀티태스킹 상태가 되어버리는 것 같다.
멀티태스킹을 지양하려고 하지만,
그것을 차치하고서라도 우선 타인과 함께 있는 물리적 환경이기 때문에
진공 상태와 같은 몰입 모드가 된다는 것은 좀처럼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몰입의 순간이 되면 결과물이 어떻든 머리가 개운해지면서
고양되는 기분을 느낀다.
예를 들면 이렇다.
일하는 데 한번도 핸드폰을 들여다보지 않을 정도로 유난히 집중이 잘되는 날,
다른 팀과의 풋살경기를 하며 15분동안 엄청난 집중과 긴장으로 공을 차는 날,
DIY 집 만들기를 반나절동안 하고 목을 못 편날,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는 날.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예전에 오랜만에 게임을 시작해보려고 한다는 일기를 썼었는데,
거의 반년만인 오늘 드디어 게임을 시작했다.
오늘도 사실 어떤 게임인지 우선 훑어보기만 할 예정이었는데
2시간이 그냥 가버렸다.
시계를 볼 시간도 없었다.
스탠딩 데스크에서 하기 시작했는데, 다리가 아파서 2시간이 지났다는 걸 알게 됐다.
게임 자체도 무척 재밌었지만,
이렇게 몰입해서 즐겁게 하는 그 느낌이 참으로 좋았다.
덕분에 정말 토요일스러운 하루다.
크리스마스날 H와 이 게임을 하루종일 하는 것으로 우리의 행사를 정했다.
23일을 어떻게 기다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