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6시에 눈을 떴다. 여전히 목은 잠겼지만 이불을 걷고 몸을 일으켰다. 풋살 카풀을 하기로 했었는데,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덕분에 고민없이 무조건 할 수 있게 되니 말이다.
#2.
밖이 캄캄했다. 공기는 차고 거리에는 아무도 없고. 이 시간에만 맡을 수 있는 맑은 새벽 냄새도 났다. 새벽을 연 자에게 주어지는 특권인가.
#3.
샵의 내입술 따뜻한 커피처럼을 들으며 팀원들과 구장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만나 아침부터 왁자지껄하다. 한강 위로 다리를 건너는데 여명이 붉어지고 있었다. 꼭 여행을 가는 것 같았다.
#4.
이번주부터는 추위를 피해 실내구장에서 풋살을 한다. 실내라면 겨울에도 계속 풋살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새벽부터 풋살을 하려고 모인 사람들, 정말 풋친자들이다. 무엇인가를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은 강력하다.
#5.
가족들과 생일 파티를 한 주 미리 하기로 했다. 고향 동네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식당을 갔다. 오리고기 집인데 서울에 있었다면 지인들을 데려갔을 것 같다. 오늘도 행복한 식사를 했다.
#6.
1년에 한 번은 가족사진을 찍기로 했었는데, 오늘 찍었다. 인생네컷에 올 한해가 담겼다. L, H와도 언젠간 찍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7.
우리 집은 생일에 꼭 같이 모여 노래도 부르고 케익도 불고 사진도 찍는다. 파티의 가족이다. 여느 해처럼 올해도 아빠가 편지를 읽어주었고 언니가 멋진 사진을 찍어주었다. 그리고 엄마가 끓여준 미역국이 역시 제일 맛있다.
#8.
이제 일주일 뒤면 여지없이 30대다. 일주일 밖에 안 남은 20대를 20대답게 보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20대 회고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