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대망의 매치날이었다.
용을 썼는지 집에 와서 일기도 못 쓰고 기절해버렸다.
오늘 실컷 늦잠을 자고 이제 일기를 쓰고 있다.
어제 매치는 공식 대회는 아니었다.
다른 동호회 팀과 캐주얼하게 하는 경기였는데
우리끼리 발을 맞춰본 이후로는 처음 하는 매치라 어떤 결전의 날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경기 때 먹을 것들을 준비하기 위해 전날 바나나랑 음료도 사두고,
아이스팩도 얼려두고 구급약품이랑 테이프도 단디 준비했다.
그리고 짐들을 다 챙겨 차에 싣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준비해가는 게 처음인 것 같은데?
근데 팀에서도 매치를 여러번 했었는데 생각해보니
항상 나이 있으신 언니들이 다 챙겨주셨던 것이다.
돗자리부터 아이스박스, 얼린 물, 아이스팩, 선크림 등등…
그 때는 감사하다고 생각하면서 언니들이 챙겨주시는 게 자연스럽게 느껴졌던 것 같다.
역할이 따로 정해져있는 것도 아닌데, 편하게 많은 것을 받은 것이다.
덕분에 편하게 경기를 뛸 수 있었는데, 돌아보니 정말 감사한 일들이다.
어른이란 그런 것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내가 그걸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조금씩 나이를 먹고 있는걸까.
많은 것을 받은 덕분이겠지.
더 많은 것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