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H가 말했다. 내 젓가락질이 특이하다고.
그래서 그 때 알았다.
내가 대부분의 사람들과 다르게 젓가락질을 하고 있다는 걸.
그리고 생각해보니 김치를 찢을 때 한 손으로 젓가락을 벌려 두쪽으로 나누지 못하고
꼭 젓가락을 두 손에 나눠 잡고 찢어야 했고
깻잎처럼 아주 얇은 음식을 집을 때 젓가락 끝이 딱 맞춰지지 않아서
불편했던 경험이 떠올랐다.
30년 넘게 이렇게 해오고 있었는데 바꿀 수 있을까.
그렇지만 뭐든 기본기가 중요하다고,
새로 배워서 더 많은 걸 할 수 있다니 배우기로 했다.
그래서 몇 달 전쯤 찾아보니 젓가락질 교정 연습을 할 수 있는 성인용 젓가락이 있어 시켰었다.
초반에 그 젓가락으로 조금 연습을 하다가,
어느새 정신차려보니 다시 일반 젓가락으로 원래 하던 방식대로 젓가락질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오늘 저녁으로 비빔면을 먹는데 문득 생각이 나서 다시 시도해봤다.
여전히 잘 되지 않았다.
내가 악력이 약해서다, 젓가락질을 못하는 손가락을 가진거다, 젓가락이 너무 짧다 이런저런 변명을 하는데 불호령이 떨어졌다.
H가 갑자기 일타 강사로 나섰다.
아래 받침대 젓가락을 약지에 받치고 엄지 아래 부분으로 쥐어라, 쥔채로 힘을 주는 느낌을 익혀라, 윗 젓가락을 중지와 검지로 움켜쥐어라, 다른거 하지말고 그것만 휘적거려라.
일단 하라는대로 했다.
처음에는 요령이 없어서 하라는대로 하지 못했다.
그런데 계속 시도하다보니 하나씩은 될랑말랑 하는 정도까지는 됐다.
목표가 비빔면 한 가닥을 집는 것이었는데, 선생님이 이렇게까지 가르쳐주시는데
오늘은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선생님의 족집게 강의는 계속됐다.
하다보니 거의 1시간이 지났다.
정말 신기하게도 하나씩 고쳐졌고, 결국 비빔면 한 가닥을 수직으로 들어올리는데에 성공했다.
내친김에 옆에 있던 만두도 집어올렸다.
마치 애기가 첫 걸음마를 뗀 것처럼 인생 첫 젓가락질을 성공하고는 깔깔거리며 서로 껴안았다.
끝까지 성심성의껏 알려준 H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
깻잎을 떼어 H 밥에 올려줄 수 있는 그날까지 열심히 연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