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 언젠가부터 요상한 방구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처음 이사왔을 때는 안 났었는데 3,4월즈음부터 조금씩 나다가
최근에는 문을 열지 않으면 안될만큼 지독한 독방구 냄새가 났다.
방구 냄새다보니 말은 못하고..
우리 중 누군가 방구를 야금야금 뀌는 것 아닐까 속으로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리고 보드게임을 하는 날, 진실이 밝혀졌다.
우리 모두가 점심을 먹고 돌아왔는데 냄새가 나고 있던 것.
그래서 알게 됐다. 서로 오해하고 있었다는 것을 ^.^..
방구가 아니라 어디선가 들어오는 냄새라고 판단하고
냄새의 근원을 찾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우리가 찾은 단서는 아래와 같다.
– 처음부터 냄새가 난 것이 아니라, 3-4월쯤부터 남
– 특정 시간에 정기적으로 나는 것이 아니라 랜덤하게 남
– 유독 심하게 나는 특정 위치가 존재함
– 모든 문을 닫고 있어도 냄새가 남
– 어느정도 냄새가 나다가 곧 없어짐
–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하면 냄새가 옅어짐
– 하루에 2-3번정도 남
– 사무실에서 문으로 분리된 공간에 가면 냄새가 나지 않음
– 방구, 음식물쓰레기, 계란 썩은 냄새와 비슷함
사무실 쓰레기통 냄새도 맡아보고,
건물 밖 1층에 있는 음식물쓰레기통도 열어보고,
다른 층에도 가보고, 다른 층 쓰레기통 냄새도 맡아보고
화장실 창문도 닫아보고, 화장실 환풍기도 꺼보고
의심되는 원인을 모두 테스트해봤지만 아니었다.
그리고 오늘, 마침내 범인을 찾았다.
방구 냄새는 항상 어떤 특정 자리에서 유독 심하게 났는데
위치가 에어컨 바로 아래 자리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 자리에 앉아있는 동료가 강력 용의자로 의심을 받았었다 ^.^)
생각해보니 냄새가 나기 시작했을 시기가
우리가 히터를 더이상 안 틀기 시작한 때랑 맞아떨어졌다.
H가 발빠르게 검색을 시작했다.
우리랑 비슷하게 에어컨에서 방귀냄새가 난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최종적으로 에어컨으로 범인을 지목하고,
오늘 오후 내내 틀어놨다.
결과는 매우 긍정적이다. 냄새가 거의 전혀 나지 않았다.
물론 오늘 오후에만 테스트한 결과라 다음주에도 지켜봐야겠지만,
우선 지금까지 나온 가설 중 가장 설득력있는 가설이다.
그렇게 우리는 현실판 디텍티브를 했고,
다음주 만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다소 소소한 문제이지만 프로과몰입러답게 완전 과몰입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이 과정이 너무 즐거웠다.
그리고 진짜 문제 해결까지 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