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왕이 업그레이드 되었다고 하면 더 많은 걸 파괴하게 된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레벨업 한 파괴왕은 파괴를 깔끔하게 할 수 있게 된다.
아무것도 떨어뜨리지 않고, 흘리지 않고, 부수지 않고, 치이지 않은 순탄한 하루였다.
오후 일정을 해내기 위해서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려던 참이었다.
커피도 잘 갈았고, 담았고, 눌렀고, 내렸다.
에스프레소도 이리저리 튀지 않고 고르게 내려졌다.
아이스라떼를 한잔 만들어 H에게 건네줬고 뒤이어 내 것도 내렸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기 위해 컵에 뜨거운 물을 받았다.
“펑!”
깜짝 놀라 소리의 근원지를 쳐다보니 컵이 터져있었다.
유리잔이 정확히 반으로 갈라져있었다.
뜨거운 물이 바닥으로 줄줄 흘렀다.
뜨거운 물도 바닥에 다 떨어졌는데 그러는동안 식어서 미지근해져서 닦기도 수월했다.
유리도 깔끔하게 동강나서 그대로 비닐봉지에 쌌다.
치울게 적은 파괴였다.
다친 사람도 없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파괴왕은 원격으로도 물건을 파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