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시반에 눈을 떴다.
일출을 보러가는 게 얼마만인지.
이제는 1월 1일에도 사람이 많아서 패스하는 나이가 되었는데
일출 라이딩은 구미가 땡겼다.
일출 시각보다 10분정도 뒤에 가도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 시간에 해가 떠오르면서 바로 밝아져버렸다.
그래서 해가 떠오르는 장면은 못봤지만,
자전거를 달리면서 건물 사이로 잠깐씩 얼굴을 비추는 해는 볼 수 있었다.
이른 새벽에 나오니 사람도 없었고
차갑게 가라앉은 시원한 공기와 새벽에만 맡을 수 있는 풀향기도 났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더니.
정말 일찍 일어나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처럼 느껴졌다.
오늘도 L이 선두에서 페이스메이커를 해줬다.
속도를 낮춰야할때, 방향을 바꿀 때, 추월할 때 수신호를 주면 그에 따라 발을 맞춘다.
수신호에 맞춰 다닥다닥 붙어서 달리는 모습을 뒤에서 보는데
제법 라이딩팀 같았다.
같이 하니 라이딩이 늘 즐겁다.
목적지였던 행주산성에 가서 야무지게 조식과 커피를 챙겨먹고
집으로 돌아와 계획되어 있던 짧은 아침잠을 잤다.
사실 기절했다고 써야 더 정확하겠다.
40분정도 잤을까.
눈뜨자마자 또 배가 고팠다.
라이딩은 배꼽시계를 가속시킨다.
몸이 잘 흡수하고 더 많이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 반갑다.
몸수저 곁에 있는 덕분에 건강의 기운을 얻고 있다.
가을엔 다같이 쌩쌩 달리고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