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 사내식당처럼 점심먹을 곳을 우연히 발견하고는,
매번 재택근무할 때 점심은 그 식당으로 간다.
H와 나는 그곳을 디엠트로라고 부른다.
(예전 사무실 근처의 사외식당이었던 곳의 이름을 따서 합성어로 지었다.)
그런데 오늘은 뭔가 디엠트로가 안 땡기는 날이었다.
대안으로 떠오른 곳이 있었지만, 예전에 H가 부담스러워 했던 곳이었다.
마땅히 땡기는 음식도 안 떠올라서 평소처럼 디엠트로로 향했다.
오늘의 메뉴는 돈까스, 떡볶이, 쫄면, 콩나물국이었다.
안 땡겨했다는 사실이 무색하게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밥을 먹으면서 마음으로는 엄청 내키지 않았어도, 막상 실제로 하면 괜찮은 것들이 있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두번째로 든 생각은,
오늘 만약 H에게 질문을 했다면, “오늘도 디엠트로 가는 거지?”라고 먼저 물어봤을 것이다.
이는 그저 습관적으로 가는 곳이기 때문에, 오늘은 예외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확인하는 질문이다.
그랬다면 아마 H는 이렇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가는 게 디폴트값인데 질문을 한다는 건 아마 효영이가 오늘은 디엠트로를 안 가고 싶어서 물어보는구나”
내 질문은 사실 다른 메뉴를 먹는 걸 제안하기 전에
다른 메뉴를 먹는 걸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중간단계의 질문이었는데,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 번 정확하게 확인하는 질문을 함으로써
오히려 소통의 혼선을 야기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게 맨날 H가 웃으며 놀리는 정확이 모먼트일것이다.
정확하게 하려고 하는 얘기들이
오히려 대화를 더디게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이제 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