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워크샵은 어려운 주제를 목표로 두고, 작정하고 논의하러 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밥먹는 시간을 제외하면 내내 회의를 하는 것 같다. 수월하진 않다. 회의 전엔 불가능에 가까워보이는 챌린징한 주제들이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침묵만이 흐르는 순간도 있고, 터무니없는 아이디어를 막 던지며 농담도 하다가 어느 순간 물꼬가 터져 아이디어가 순식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나기도 한다. 어떤 나무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어쨌든 씨앗을 가지고 서울로 돌아왔다. 셋 다 지적호기심이 높고, 같이…
솔직한 글쓰기
얼마전, 우연히 배우 강혜정님께서 책을 냈다는 기사를 읽었다. '반은 미치고 반은 행복했으면'이라는 에세이집인데, 멍때리거나, 길을 걷거나, 운전하거나 틈틈이 생각날 때마다 휴대폰으로 문자 쓰듯이 쓴 글들을 엮었다고 한다. 요즘 매일 일기를 쓰는 프로일기러(?)가 되어가고 있다보니 누군가의 일기장이나 에세이 책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그런 류의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으면 일단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게다가 좋아하는 배우의 책이라니. 빨리 읽고 싶어 전자책으로 읽기 시작했다. 아직 얼마…
추측하지 않아도 되는 대화가 필요해
오늘 도수치료를 받았는데, 첫 치료라 담당선생님께서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진행을 하겠다고 하셨다. 제일 먼저 물어보셨던 질문이 도수치료를 통해 바라는 점이 있냐였고 나는 현재 몸 상태를 알고, 필요한 치료를 받고 싶고, 혼자 할 수 있는 운동이 있다면 배우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자연스레 운동 얘기가 나와서 헬스를 한다고 말씀드리니 PT도 받아본 적이 있는지 물으셨다. 예전에 받았다고 말씀드리니 가격을 물어보셨다. 회당 얼마에 받았다고 하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도수치료 보험 적용하면 PT가…
살이 좀 쪘으면 좋겠어
살이 좀 쪘으면 좋겠어넌 내 마른 몸을 좋아하지만안아줄 때 같이 잘 때, 너 팔베개 깔아줄 때너의 목 건강을 위해~ 로 시작하는 노래 가사가 있다. 자이언티의 complex라는 노래다. 요즘 주변에서 그런 말을 많이 듣는다. 너무 살이 많이 빠진 것 아니냐고. 체질이 변한 것 같은데, 마른 체형이 되니 힘을 많이 못 쓰는 것 같다. 예전에 수월히 들던 무게를 이제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나는 살을 빼고 싶은…
운수 좋은 날
운전해서 출근하는데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차가 울컥이면서 멈췄다. 지금까지 그런적이 몇번 있긴 했는데, 오늘은 유난히 심했다. 특히 오르막길에서는 같이 타고 있던 H도 위기감을 느꼈는지 퇴근길에 바로 수리를 맡기자고 얘기했다. 저속주행으로 무사히 터널을 지났다고 생각할 때쯤 차가 절정으로(?) 울컥였다. 지금 바로 맡기지 않으면 안되겠다 싶어 핸들을 꺾어 바로 카센터로 향했다. (결국 멈춰서 사람이 직접 끌고가긴 했지만...) 점검을 받으니 변속기에 문제가 있었고, 수리가 아니라 아예 통째로 갈아야해서…
한글날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을 참인 명제로 가정하고 대우 명제를 구해보면 ‘오는 말이 곱지 않으면 가는 말도 곱지 않다’이다. 어떤 명제가 참이라면, 그 명제의 대우도 항상 참이니까 위 대우 명제도 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이 두 명제에 대해 자주 생각해보게 된다. 가정과 결론의 시차가 어느정도 존재할 수는 있으나, 결국엔 명제가 참이 되는 결말을 맞이한다는 것을 느낀다. 누군가는…
축구 결승전을 보며
지금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을 보고 있다. 원래도 경기 보는 걸 좋아하는데 풋살을 시작하고부터는 더 챙겨보게 됐다. 예전에는 누가 골을 넣는지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나와 동일한 포지션의 선수는 어떤 플레이를 하는지 특정 상황에서 어떤 전략을 쓰는지 등등 실제로 내가 배울 수 있는 부분을 찾으면서 보게 된다. 직접 경기를 해보면서 잘하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되니 예전에는 단순히 잘한다고 보고 넘겼을 부분들이 이제는 경이롭게 보인다. 조금 더 보이는 게…
시간 감각
오늘 퇴근하며 인사를 하는데 화요일에 이사를 하는 L에게 H가 이사 잘하시고 수요일에 뵙자고 했다. 이사는 화요일이니까 우리 월요일에는 만나지 않나요?라고 얘기했는데, 다음주 월요일은 한글날이었다. 직장인일때는 다가오는 공휴일을 모를리가 없었는데, 사업을 하면서는 휴일에 대한 감각이 무뎌진 것 같다. 물론 지금도 평일보다 주말이 훨씬 좋다. (금요일에는 토크컨디션이 최상이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 쉬는날이어서도 있지만, 주말에는 외부로부터 오는 연락이나 방해요소 없이 온전히 집중해서 일할 수 있어 좋다. 휴일…
No free lunch
어제 KT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KT 장기고객이라 이번에 새로 나오는 아이폰15를 반값에 준다는 것이다. 들어보니 당장 할인을 해주는 건 아니었고, 나중에 기변을 할 때 반액을 입금해주는 구조였다. 마침 아이폰15를 사려고 했었는데. 앞으로 통신사 바꿀 일이 특별히 없을 것 같아서 나쁘지 않은 옵션인 것 같았다. 그래서 오늘 다시 전화를 주시기로 하고 끊었다. 오늘 다시 전화가 왔다. 조건들을 재차 확인하고 사전예약 신청을 완료했는데, 전화를 끊고 나서 뭔가 묘하게…
귀국
사람들의 대화가 들린다. 한국이다. 모든 것이 익숙하니 안도감이 들면서도 이방인으로 존재할 수 없어 자유롭지 못한 느낌이기도 하다. 집에 도착하니 긴장이 풀어졌다. 밥을 먹으러 나섰는데 스페인을 다녀왔나?라는 생각이 들어 H와 서로 볼을 꼬집었다. 다행히 스페인에서 데려온 물건들이 있어 스페인 생각이 날 때 꺼내볼 수 있다. 여행 가기전에는 14시간 어떻게 비행기를 타나, 가서 어디를 가야하나, 소매치기는 괜찮을까 걱정이 앞섰다. 가보니 똑같이 사람 사는 곳이었다. 크게 걱정할 것도…
스페인 여행 10일차
오늘 밤이면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을 것이다. 최후의 만찬인 듯 친구들과 푸짐한 점심을 먹었다. 뽈뽀, 깔리마리, 스테이크, 그리고 스페인이라면 절대 빠질 수 없는 빤꼰 또마떼와 퐌타 나랑하까지. 마지막까지 한 곳이라도 더 데려가주려는 친구 덕분에 떠나기 직전까지 여느날처럼 부지런히 다녔다. 한국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서로의 안녕을 바라며 인생네컷을 찍고 이제 진짜 공항으로 간다. 돌아갈 마음의 준비도, 실감도 아직 나지 않는데 한국에 도착해 샤워를 하고 누우면…
스페인 여행 9일차
스페인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다. 이제 컨디션도 좋아지고 조금 적응되어 스페인에 온 게 실감이 나는데 벌써 떠날 날이 됐다. 여기서 지내며 해보고 싶은 게 두 가지 생겼다. 하나는 나를 조금 더 부지런히 가꾸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회사-집의 반복이다보니 스타일링이랄게 거의 없다. 무조건 일하기 편한 복장이 우선순위가 되어버린다. 최대한 편하게 입고 장신구도 거추장스러워 거의 안 한다. 이렇다보니 특별한 날이 아닌 이상 스타일은 영 뒷전이 되는데, 여기 사람들은 일상에서도…
스페인 여행 8일차
스페인 와서 해변을 본 날 H는 얘기했다. 이제 남은 날동안 유일하게 하고 싶은 건 노을을 보는 것이라고. 오늘 노을을 보러 다녀왔다. 요즘 바르셀로나는 구름 한점 없는 맑은 하늘인데, 그래도 오늘은 구름이 조금 있어 기대를 하고 갔다. 일몰시간보다 한시간 정도 일찍 도착했다. 거센 바닷바람을 맞으며 노을을 기다리는데 일몰시간이 다되어도 구름이 적은지 하늘색이 크게 변하지 않아서 집에 가려고 일어났다. 돌아가면서 마지막으로 바다사진을 찍는데 저멀리 얇은 구름 위로…
스페인 여행 7일차
몬세라트 수도원과 시체스 투어를 다녀왔다. 하루에 두 곳을 다녀왔더니 지금 넉다운 직전이다. 오늘은 소망을 비는 날이었다. 검은 성모 마리아상을 만지며, 그리고 우리만의 작은 돌탑을 쌓으며 기도했다. 부디 기도가 하늘에 닿았으면 좋겠다.
스페인 여행 6일차
오늘은 해변에 다녀왔다. 나는 수영복을 두 버전으로 가져왔는데 하나는 비키니 하나는 반바지 레깅스와 스포츠 브라였다. 아직 비키니 입을 마음의 준비가 안돼서 운동복으로 입으려고 했는데, 얼마 전 산책하며 봤던 해변 풍경이 떠올랐다. 그 해변은 누드비치로 유명한 곳이었다. 즉 아무리 많이 가려도 비키니라는 뜻이다. 출발 전 운동복을 입고 거울을 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입고가면 누드비치에서 홀로 이방인일 것 같았다. 그래서 결국 비키니를 입었다. 우리나라 해변이었다면 비키니가 더…
스페인 여행 5일차
오늘 찐천재를 만났다. 어쩌면 바르셀로나에 오는 제일 큰 이유, 가우디다. 가우디만큼은 제대로 알고 가고 싶어서 전일 투어를 신청했다. 내가 들은 그는 진정한 완벽주의자다. 그의 인생에 타협이란 없어보였다. 곡선을 표현하기 위해 타일을 깨서 붙이는 작업을 했는데 원하는 용의 곡선을 만들기 위해 40번을 뗐다 붙였다고 한다. 또 성당에서 죽은 아기를 표현하기 위해 잠든 아기를 데려다 석고를 만들었는데, 느낌이 살지 않아 다 깨부수고 병원에 가서 죽은 아기를 데려다…
스페인 여행 4일차
오늘은 어제보다는 컨디션이 한결 좋아서 여기저기 더 다녔다. 아침에는 어김없이 커피를 사러 산책을 나갔고 점심은 H의 친구가 가보고 싶다던 식당에 가서 빠에야와 문어 요리를 먹었다. 문어가 입에서 솜사탕처럼 녹았다. 이곳은 모든 재료가 신선하다. 그래서인지 음식의 양이 많지 않은데도, 충분한 식사라는 생각이 든다. 성경에 보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여기가 바로 그곳이 아닐까 생각했다. 날씨도 좋고, 먹을 것도 풍부하고, 가진 것이 많아서일까. 이곳 사람들은…
스페인 여행 3일차
벌써 3일차다. 스페인에서는 하루를 이틀처럼 산다. 아침 먹을 겸 나갔다 산책을 하고 돌아와서 씻으면 어느덧 또 점심 먹을 시간이다. 스페인에는 점심 먹고 잠깐 낮잠 자는 문화가 있는데, 시에스타라고 한다. 나도 그 템포에 맞춰 잠시 눈을 붙인다. 그리고 일어나서 또 다른 일정을 시작한다. 계획 없이 온 여행이었으나 나름 부지런히 다니고 있는 것 같다. 오늘 아침에는 산책 겸 바르셀로네타 해변까지 걸었다. 잠깐이었지만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쉬어졌다. 이번…
스페인 여행 2일차
1. 알람을 안 맞추고 잤는데도 아침 7시반에 눈이 떠졌다. 나 벌써 시차적응 된걸까!? 했더니 H가 한국 밤시간이 되어봐야 한다고 했다. (H, 요새 조금 T 같아지고 있다...) 2. 어제 H가 일러준 마지막 미션을 해내기 위해 아침 먹을 곳을 찾았다. 사그라다 성당 근처라면 브런치는 무조건 여기서 먹어야 한다는 어떤 네이버 블로그 글을 보고 걸어서 30분되는 거리지만 구경도 할 겸 가보기로 했다. 메뉴는 크로아상과 라떼다. 3. 사람들은 분주하게…
스페인 여행 1일차
스페인에서 쓰는 첫 일기다. 여기 시간은 22일 밤 12시고, 한국은 23일 오전 7시다. 오늘은 하루종일 비행 중이었으니,라고 지각의 변명을 해본다. 장장 14시간의 비행 끝에 스페인에 도착했다. 예전 같으면 비행기에서 내리 잤을텐데, H가 시차적응을 빨리할 수 있는 비기가 있다며 다른 방법을 제안했다. 비행기에서 기필코 깨어있기다. 그리고 스페인에 도착해서는 스페인 시간으로 저녁에 잠을 자고 그 다음이 중요한데, 꼭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밥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H와 나는 완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