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와서 해변을 본 날 H는 얘기했다. 이제 남은 날동안 유일하게 하고 싶은 건 노을을 보는 것이라고. 오늘 노을을 보러 다녀왔다. 요즘 바르셀로나는 구름 한점 없는 맑은 하늘인데, 그래도 오늘은 구름이 조금 있어 기대를 하고 갔다. 일몰시간보다 한시간 정도 일찍 도착했다. 거센 바닷바람을 맞으며 노을을 기다리는데 일몰시간이 다되어도 구름이 적은지 하늘색이 크게 변하지 않아서 집에 가려고 일어났다. 돌아가면서 마지막으로 바다사진을 찍는데 저멀리 얇은 구름 위로…
스페인 여행 7일차
몬세라트 수도원과 시체스 투어를 다녀왔다. 하루에 두 곳을 다녀왔더니 지금 넉다운 직전이다. 오늘은 소망을 비는 날이었다. 검은 성모 마리아상을 만지며, 그리고 우리만의 작은 돌탑을 쌓으며 기도했다. 부디 기도가 하늘에 닿았으면 좋겠다.
스페인 여행 6일차
오늘은 해변에 다녀왔다. 나는 수영복을 두 버전으로 가져왔는데 하나는 비키니 하나는 반바지 레깅스와 스포츠 브라였다. 아직 비키니 입을 마음의 준비가 안돼서 운동복으로 입으려고 했는데, 얼마 전 산책하며 봤던 해변 풍경이 떠올랐다. 그 해변은 누드비치로 유명한 곳이었다. 즉 아무리 많이 가려도 비키니라는 뜻이다. 출발 전 운동복을 입고 거울을 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입고가면 누드비치에서 홀로 이방인일 것 같았다. 그래서 결국 비키니를 입었다. 우리나라 해변이었다면 비키니가 더…
스페인 여행 5일차
오늘 찐천재를 만났다. 어쩌면 바르셀로나에 오는 제일 큰 이유, 가우디다. 가우디만큼은 제대로 알고 가고 싶어서 전일 투어를 신청했다. 내가 들은 그는 진정한 완벽주의자다. 그의 인생에 타협이란 없어보였다. 곡선을 표현하기 위해 타일을 깨서 붙이는 작업을 했는데 원하는 용의 곡선을 만들기 위해 40번을 뗐다 붙였다고 한다. 또 성당에서 죽은 아기를 표현하기 위해 잠든 아기를 데려다 석고를 만들었는데, 느낌이 살지 않아 다 깨부수고 병원에 가서 죽은 아기를 데려다…
스페인 여행 4일차
오늘은 어제보다는 컨디션이 한결 좋아서 여기저기 더 다녔다. 아침에는 어김없이 커피를 사러 산책을 나갔고 점심은 H의 친구가 가보고 싶다던 식당에 가서 빠에야와 문어 요리를 먹었다. 문어가 입에서 솜사탕처럼 녹았다. 이곳은 모든 재료가 신선하다. 그래서인지 음식의 양이 많지 않은데도, 충분한 식사라는 생각이 든다. 성경에 보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여기가 바로 그곳이 아닐까 생각했다. 날씨도 좋고, 먹을 것도 풍부하고, 가진 것이 많아서일까. 이곳 사람들은…
스페인 여행 3일차
벌써 3일차다. 스페인에서는 하루를 이틀처럼 산다. 아침 먹을 겸 나갔다 산책을 하고 돌아와서 씻으면 어느덧 또 점심 먹을 시간이다. 스페인에는 점심 먹고 잠깐 낮잠 자는 문화가 있는데, 시에스타라고 한다. 나도 그 템포에 맞춰 잠시 눈을 붙인다. 그리고 일어나서 또 다른 일정을 시작한다. 계획 없이 온 여행이었으나 나름 부지런히 다니고 있는 것 같다. 오늘 아침에는 산책 겸 바르셀로네타 해변까지 걸었다. 잠깐이었지만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쉬어졌다. 이번…
스페인 여행 2일차
1. 알람을 안 맞추고 잤는데도 아침 7시반에 눈이 떠졌다. 나 벌써 시차적응 된걸까!? 했더니 H가 한국 밤시간이 되어봐야 한다고 했다. (H, 요새 조금 T 같아지고 있다...) 2. 어제 H가 일러준 마지막 미션을 해내기 위해 아침 먹을 곳을 찾았다. 사그라다 성당 근처라면 브런치는 무조건 여기서 먹어야 한다는 어떤 네이버 블로그 글을 보고 걸어서 30분되는 거리지만 구경도 할 겸 가보기로 했다. 메뉴는 크로아상과 라떼다. 3. 사람들은 분주하게…
스페인 여행 1일차
스페인에서 쓰는 첫 일기다. 여기 시간은 22일 밤 12시고, 한국은 23일 오전 7시다. 오늘은 하루종일 비행 중이었으니,라고 지각의 변명을 해본다. 장장 14시간의 비행 끝에 스페인에 도착했다. 예전 같으면 비행기에서 내리 잤을텐데, H가 시차적응을 빨리할 수 있는 비기가 있다며 다른 방법을 제안했다. 비행기에서 기필코 깨어있기다. 그리고 스페인에 도착해서는 스페인 시간으로 저녁에 잠을 자고 그 다음이 중요한데, 꼭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밥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H와 나는 완벽…
스페인 여행 준비 3
내일이면 스페인 상공을 날고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나가는 해외라 그럴까. 다가올 즐거움보다는 한국에 두고 가는 것들, 가서 생길 수 있는 일들에 대한 걱정이 더 크게 느껴진다. 어제는 결국 짐을 아주 조금밖에 챙기지 못하고 잠들었다. 그래도 준비물 리스트를 만들어두어 오늘 다행히 짐은 다 챙겼지만, 아직 마음적으로는 아무 준비가 되지 않은 느낌이기도 하다. 하지만 언제나 깨닫듯, 완벽한 준비란 없다. 시작을 해야 완벽한 준비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질 뿐이다. 깜빡한…
스페인 여행 준비 2
으악! 정말 출국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오늘은 마트에서 장을 보는 날이었다. 장바구니까지 잊지 않고 챙겨 나왔는데, 도착해서 너무 가방이 가볍다 싶어 봤더니 지갑을 안 가져왔다. 벌써 여행이 시작된 건가 생각했다. 스페인에서는 아마도 더 다양한 변수를 만나겠지. 여행 준비는 설렘 10 고됨 90인 것 같다. 특히 임박해서 짐을 챙기는 건 정말 마음이 힘들다. 거기도 똑같이 사람 사는 곳인데, 그냥 가볍게 갈까? 하는 마음도 잠시 들었으나 우여곡절…
한 달만의 풋살 복귀
오늘 풋살을 다녀왔다. 무리하지 말라는 주위 사람들의 원성을 살 것 같지만, 계속 기약없이 낫기만을 기다리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그렇게 무리하지 않고 운동했고 물론 너무 오랜만에 운동해서 많이 피곤하긴 하지만 이것들을 또 견뎌내면서 체력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밥도 한 공기씩 먹고 있고 조금씩 무리하는 컨디션으로 체력을 키워가고 있으니 많이들 걱정하지 않길 바랍니다. 이상 편지 끝.
스페인 여행 준비
스페인 여행이 다음 주로 다가왔다. 짐을 싸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이번 여행은 나름 긴 해외여행이라 챙겨야 할 것들이 많다. 더군다나 여행의 여파로 생긴 편도염이 아직 진행중이라, 만반의 준비를 해야한다! 먼저 이번 여행의 컨셉을 정의하자면 '뽕뽑기를 지양하는 미니멀리즘'이다. '유럽까지 가는데'라는 생각에 보통 유럽을 가면 꼭 몇개국을 묶어가거나, 못해도 여러 도시를 가려고 한다. 처음에는 오랜만에 길게 가는 여행이기도 하고, 스페인은 도시별로 관광 스팟도 많으니까 당연히 여러…
세면대 헤드 고치기
샤워기로 양치를 한지 5일차다. 문제는 금요일 저녁에 발생했다. 필터 사용이 가능한 세면대 헤드를 쓰고 있었는데 수전과 헤드를 연결해 주는 어댑터가 똑하고 부러졌다. 어댑터만 별도 구매를 하려고 홈페이지에 들어갔지만 따로 판매하고 있지 않았다. 고객센터도 영업시간이 끝나 운영하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월요일 아침에 바로 문의를 했더니 채널톡을 통해서만 구매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경우가 많은지 구매 방법을 알려주셨고 바로 주문했다. 그리고 오늘, 어댑터가 도착했다. 어댑터만 끼우면 끝나겠구나…
사진 일기 2
인두염이 생기고 나서 면역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요즘 잘 챙겨먹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집에서 요리할 에너지는 없어 대부분 사 먹고 있는데 덕분에 사진첩에 음식 사진도 많아졌다. 그래서 오늘 사진 일기는 식(食) 버전이다. 1. 인두염이 걸린 직후 며칠 죽을 먹다가 일반식을 시작하려고 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른 메뉴가 '도피'라는 곳의 오픈 샌드위치였다. 라구 샌드위치, 무화과 샌드위치, 복숭아 샐러드를 먹었는데 담백하면서도 감칠맛이 대단해서... 없어졌던 입맛이 돌아왔다. 땡기는 데에는…
듣기만 해도 힘이 나는 노래는?
이전 일기 중 하나에서도 밝혔듯 나는 많은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있다. 최근 새롭게 구독하게 된 '퀘스천퍼데이'라는 뉴스레터가 있는데 매일 나에 대해 물어보는 질문을 1개씩 보내준다. 꾸준히 나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어느새 달라진 나를 발견하게 된다는 게 이 뉴스레터의 슬로건이다. 일기를 매일 쓰다보니 글감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그날의 소재와 교집합을 찾아 쓰면 좋은 땔감이 될 것 같았다. 얼마전 '듣기만 해도 힘이 나는 노래는?' 질문이 왔었는데 답을 오늘 찾았다.…
월말 정산
8월의 마지막날을 앞둔 오늘은 월말 정산 업무를 했다. 회사의 한 달을 정리하는 것으로는 매출/매입을 확인하여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거나 지급하는 것, 지출 내역을 확인하여 항목별로 분류하고 현금흐름을 점검하는 것, 월 서비스 지표를 요약하고 리뷰 자료를 만드는 것, 전체 프로젝트 현황을 확인하고 계획하는 것 등이 있다. 매달 반복되는 업무다보니 단조롭게 느껴지기도 하고 기계적으로 쳐내는 부분도 있다. 나한테는 정산이라는 게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기보다, 이미 있는 것을 정리하는 일에 가까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