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로우슈가가 느껴져 빵집에 들렀다. 상암에서 빵지순례로 유명한 가게라 그런지 저녁시간인데도 손님들이 많았다. 계산하려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앞에 계신 분이 내 발을 질끈 밟았다. (쪼리를 신고 있었다.) 나보다도 그분이 훨씬 놀라시면서 죄송하다고 하셨고 괜찮다고 말씀드렸다. 진짜로 괜찮았다. 그분께서 아무리 생각해도 본인이 발을 너무 제대로 세게 꽉 밟으셨다면서 꼭 받아주시라면서 까눌레를 하나 더 계산해서 주고 가셨다. 모르는 타인에게 발을 밟힌 적은 많았지만…
Monday Routine
어김없이 월요일이 돌아왔다! LAH는 매주 월요일 아침 7시반에 셋이서 주간회의를 한다. 한 주를 회고하고 다가오는 한 주도 어떻게 잘 보낼지 얘기하는 시간이다. 주말간 있었던 재밌는 일로 시작해서 프로젝트들의 우선순위 결정, 스케줄링, 회사 방향성 등 한 주간 실무를 하다보면 챙기기 어려운 것들을 조금 더 거시적으로 논의하고 계획한다. 이렇게 얘기하다보면 2시간이 훌쩍 간다. 주간회의는 상암동 시절부터 꾸준히 해왔는데, 기록을 보니 20년 11월부터 했으니 이제 3년이 다 되어간다.…
물건 말고 순간을 모으세요
폰 홈화면을 열면 매일 새로운 글귀가 떠 있다. 모티베이션이라는 앱인데 동기부여 또는 영감을 주는 문장을 매일 보여준다. 대부분 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지만, 가끔 자꾸 생각이 나는 문장들도 있다. 오늘은 "물건 말고 순간을 모으세요."였다. 원래 루틴 중 한 달에 한번 사진첩을 보면서 월간 회고를 하고 포스팅을 올리는 게 있었는데 요즘은 한 달에 한번조차 사진첩을 못 훑어본 것 같다. 매일 자기 전 폰을 겨우 충전시키고 기절하기 바빴다.…
면역 강화 프로젝트를 생각한 날
여독 4일차다... 어제 저녁을 마지막으로 지어온 약은 끝이 났다. 눈떠서 컨디션이 조금 괜찮으면 병원을 안 가고 버텨볼까 생각하며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눈을 뜨니 컨디션이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그래서 병원을 안 가고 책상에 앉았다. 어제에 이어 계속 QA를 하고 있는데, 열심히 먹어도 줄어드는 듯 줄어들지 않는 자장면처럼.. 일감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지는 않고 핑퐁을 하거나 오히려 새로 추가되는 것들이 생겼다. 11시쯤부터 갑자기 머리가 뜨거워지면서 다시 두통과 몸살 기운이…
제주도 여행 3일차
중이염으로 번졌다. 마지막 일정은 아무것도 못한 채 차에서 계속 잠만 잤다. 무사히 서울로 돌아올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 (H가 받아 적음)
제주도 여행 2일차
제주 여행 2일차. 스쿠버다이빙을 했는데 귀의 기압이 높았는지 아직도 몸을 움직이면 귀가 아프고 목도 부어서 테라플루를 마시고 누웠다. 휴식이 필요하므로 오늘 일기는 여기서 마무리.
제주도 여행 1일차
오늘 눈뜨자마자 짐 챙기기를 시작하여 무사히 제주도에 도착했다. (다행히 P의 여행 준비가 탈 없이 마무리되었다..!) 오늘은 서핑을 했다. 그리고 지금 기절 직전이다. 처음 해봤는데 생각보다 체력 소모가 큰 운동이었다. 물 위를 걷는 자의 기분까지는 못 느꼈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일어서는 자세를 성공했다. 매일 했던 운동이 헛되지 않았구나 생각하며 오랜만에 파란 하늘을 보며 누워 있었다. 오늘 아침에 짐을 챙겨서인지 아직 여행과 일상의 경계가 모호한 느낌이지만, 내일 눈을…
적과의 동침?
저녁먹고 설거지를 하는데 바닥에서 어떤 움직임이 느껴졌다. 나는 뭔가 움직임이 있는 걸 잘 알아차리는 편인데 이번에는 조금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곁눈질로 슬쩍 봤는데 어떤 벌레가 바닥을 유유히 기어가고 있었다. 불길한 예감이 맞을 때의 기분이란... 정말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기어다니는 벌레를 특히 무서워하는 편이다..) 마음을 가다듬고 일단 그 친구가 도망가지 못하게 투명한 커피 테이크아웃잔으로 덮어놨다. 찾아보니 바퀴벌레는 아니었고 집게벌레과인 것 같았다. 밖으로 내보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방법은 덮어둔…
말로 천 냥 빚을 갚을 수 있나
말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예전에는 이것이 매너 있게, 예의 바르게, 배려 있게 얘기하는 걸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근데 요즘은 이것만으로는 천 냥 빚을 갚긴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말의 형식보다 구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관계는 주고받는 말들로 쌓인다. 의식적, 의도적 배려는 기존의 관계를 유지하는 역할 정도이고, 그 이상의 유대감이나 신뢰를 형성하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조금 더 플러스 알파를 할 때인…
기세 좋게 살자
요즘 여자월드컵에 빠져 매 경기 하이라이트를 다 챙겨보고 있다. 나라마다 잘하는 플레이가 있는데, 전반적으로 모든 역량이 높은 나라는 일본이라고 생각했다. 조직적 패스 플레이, 역습 찬스 활용, 개인 기량, 골 결정력까지. 막강한 팀이었다. 게다가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미국과 독일, 브라질까지 줄줄이 탈락하며 일본이 우승 또는 못해도 4강은 무조건 진출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어제, 일본과 스웨덴의 8강 경기가 있었다. 스웨덴이 피지컬도 좋고 요즘 기세도 좋지만 일본은 스웨덴만큼 좋은…
시그니처
어제 '네마프(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라는 영화제의 개막식에 다녀왔다. 우리는 '필름업'이라는 C2C 온라인 영화 판매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데, 영화제 온라인 상영으로 네마프와 MOU를 체결하여 개막식에 초청을 받았다. 어떤 영화제에 가서 영화를 보고 온 적은 많았지만 개막식 참석은 처음이었다. 시작을 기념하는 행사답게 개막작 상영 외에도 개막 공연, 개막 선언, 축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번 영화제를 통해 탈장르, 대안영상을 처음 접한 나에게는 흥미롭고도 생경한 풍경들이었다. 올해 네마프의 홍보대사로 선정되신…
마음도 계속 빚어야 한다.
출근길에 직진 차선, 우회전 차선 2차선인 구간이 있었는데 어떤 차가 직진 차선 선두에 멈춰서 우회전할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우회전 차선이 밀리니 직진 차선으로 와서 조금 더 빨리 가려던 것이었다. 그래서 뒤에 있던 직진 차들은 결국 한 대도 신호를 못 받고 다시 빨간불이 되었다. 직진 차선에 있었던 나는 저 차가 아니었으면 지금쯤 멀리 갔을텐데 생각하며 욕심이 많은 차라고 얘기했다. 그랬더니 H 왈, "이번 신호는 내가 못…
맥시멀리스트의 회고
얼마 전 사촌언니를 만났는데 바지가 마음에 든다며 구매처를 물었다. 사실 그 바지는 H의 것이었는데 매우 편해서 요새는 내가 더 자주 입고 있다. 언니한테 링크를 보내주며, 이 바지를 샀을 때가 떠올랐다. 코스트코에서 행사 중인 바지였는데, 평소 물건 사는 것에 감흥이 별로 없는 H가 잘 입을 것 같다며 색깔별로 쟁이자고 했다. 나는 일단 하나만 사서 입어보고 마음에 들면 또 오자며 대량 구매를 만류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 같은…
아무튼, 첫 투자 미팅 2
#6. 대표님께서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 우리는 사업이 완성됐을 때의 궁극적인 그림을 중심으로 장표를 구성했는데, 오히려 청사진보다는 당장 실현할 수 있는 시장에 집중할 것을 제안해 주셨다. SOM을 먼저 달성해야 TAM SAM을 고려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SOM을 어떻게 해낼 수 있을지에 집중하라고. (다만 이 부분은 투자사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다고도 말씀 주셨다.) #7. 팀 장표에서 CTO가 CEO보다 앞에 있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조심스럽게 물으셨다. 우리 회사명은…
아무튼, 첫 투자 미팅 1
어제는 아침부터 분주했다. #1. 미팅에 입고 갈 옷을 고르는데 한낮의 기온이 37도까지 올라간다는 예보를 들었다. 나는 올해 땀샘이 열렸고, 반바지를 한번 입은 뒤로 긴 바지는 손도 못 대고 있는 상태였다. 차려입어야 하는데 무엇을 입을까. 마 재질 셔츠를 들었는데 H한테 후줄근하다고 반려당했다. 최종 복장은 긴 흰색 옥스포드 셔츠와, 긴 정장 바지로 결정됐다. 본가에서 가져온 스팀다리미를 개시했고 셔츠와 바지를 빳빳하게 다려 걸어두었다. #2. IR 자료와 회사소개서를 인쇄소에…
급한 마음은 연비가 낮다
H와 나는 같이 차를 타고 종로로 출퇴근을 한다. 내가 운전을 하고 곧 운전연수를 받을 예정인 H가 조수석에 탄다. 상암에서 종로까지 가는 길은, 특히 모두가 마음이 급한 출근길은 꽤나 험한데 옆에 탄 H가 불안하다고 얘기할 때가 자주 있었다. 앞차랑 너무 딱 붙어서 멈춘다거나 차선을 변경하는 타이밍이 직전이라거나. 그럴 때면 나는 사고가 나지 않게 타이밍을 계산하고 있다며, H가 운전을 안 하니까 느끼는 타이밍이 다른 것일거라고 했다. H는…
잘 혼자가 되려고 하는 일들
1. 운동하기 운동은 누가 대신해줄 수 없는 영역이다. 오롯이 내가 몸을 움직여 해내야한다. 그래서 조금 고통스럽긴 하지만 잘 혼자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활동이다.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드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 2. 글쓰기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나의 해석이고, 관계라고 생각한다. 글쓰기는 이런 것들을 끊임없이 생각하게 한다. 또 누구에게도 침범받지 않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러면 결국 더 나은 선택들을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12년째 쓰고 있는 노트
12년째 쓰고 있는 노트가 있다. '복면사과 까르네', 고2때 문구광이셨던 학원 선생님의 추천으로 알게 되었다. 당시 나는 프랭클린 플래너를 쓰고 있었고, 복면사과를 처음 썼을 때 좋은 느낌은 있었는데 무엇이 엄청 좋은지는 잘 몰랐다. 근데 희한하게 자꾸 손이 갔다. 어떤 필기구든 걸리는 느낌 없이 부드럽게 써졌다. 책등(?) 부분에 튀어나오는 게 없이 180도로 완전히 펼쳐져서 두 페이지에 걸쳐 달력을 그리기 좋았고, 만년필을 좋아해서 필사를 종종 했었는데 잉크가 안…